당승표는 국내 추리소설 홍보와 상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실천형 추리 퀴즈 게임에 참가한다. 강원도 폐교에서 총 6명의 참가자가 주최측이 꾸며둔 현장을 보고 범행 동기와 범인을 추리하면 정답자에겐 상금이 주어진다. 단순한 게임에 불과한 사건 현장이 주최자의 사망으로 현실이 되고, 당승표는 픽션이 아닌 실제 범인을 찾기 위해 추리를 시작하는데.. 총 3편의 얘기 중 1부 습작소설의 결말이 허무하게 마무리되어 뭐지 싶었다. 범인이 원한을 품어야 할 사람은 당승표 한 명뿐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왜 끌어들였으며 개인이 그렇게 큰 시나리오를 구상한다는 게 가능한지도 의심스러웠는데 이어진 2부의 내용이 1부와 겹친다. 그리고 3부에서 지어진 1부, 2부의 결말을 보니 납득이 되었다. 단편인 줄 알았..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수험 준비가 한창인 3학년 2반 학생들은 평소처럼 등교한다. 하지만 그날 학교에 온 사람은 평소에 사이가 좋았던 여덟 사람뿐. 수업 시작 종도 울리지 않고 여덟 명 외에는 인기척도 없다. 눈이 많이 와서 휴교가 된 것일까. 돌아가려던 학생들은 학교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창문도 열리지 않고, 심지어는 깨지지도 않는다. 휴대전화는 불통, 그리고 어느 순간 학교 안의 모든 시계가 5시 53분을 가리키며 멈춘다. 혼란에 빠지는 학생들. 갇힌 거나 다름없는 텅 빈 학교 안에서 그들 중 한 사람이 두 달 전에 자살한 급우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그들은 이내 깨닫는다. 자신들 중 어느 누구도 자살한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과 지금 이곳에 있는 자신들이 원래 7..
폭우가 쏟아지던 밤, 캐시는 조금이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블랙워터 숲길에 들어서고 그곳에서 멈춰 선 차 안의 여자를 보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거라면 상대방 쪽에서 올 거라며 잠시 멈춰서서 기다려봤지만, 상대 차에서는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고 캐시는 그 여자를 그대로 지나쳐 집에 도착한다. 여자가 마음에 걸려 경찰에 전화해야겠다 싶었으나 레이철의 문자를 확인하는 동안 그 생각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접하게 된 여자의 사망 뉴스. 게다가 그 여자는 캐시가 아는 사람이었다. 레이철이 데려가 준 파티에서 우연히 만나 연락처를 교환하고 딱 한 번 점심을 같이 먹었을 뿐이지만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여자, 제인. 그날 자신이 폭우를 뚫고 차에 다가갔더라면, 하다못해 ..
이 책의 주인공인 나쓰키 린타로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혼자가 된 나쓰키. 주위 사람과 어울리지도 않고 책에만 빠져있는 손자가 걱정된 할아버지가 말하는 고양이를 보내 나쓰키에게 교류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는 그런 내용인 줄 알았다(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묻는다는 저런 띠지 같은 건 없었어..). 유즈키 사요의 등장이 그러했고 3개의 미궁을 거치며 나쓰키의 심경이 변해가는 게 그러했는데.. 그렇기에 4번째 미궁에서 나쓰키와 대화를 원한다는 사람은 할아버지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근데 내 예상이 빗나갔음. 이 책은 그저 독서에 대한 고찰이었을 뿐. 책을 왜 읽..
상황만 놓고 본다면 한 편의 콩트가 따로 없다 싶은 장면들 때문에 웃음이 나지만, 미유키와 결혼을 앞두고 소개팅에 나가고 심지어 소개팅녀 모모미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스키장에 간 고타를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바람을 피울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고 결혼을 하면 모모미와는 칼같이 헤어진다니. 대체 사람의 마음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미유키와 모모미가 고등학교 동창이 아니었다면, 곤돌라에서 미유키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고타는 본인 계획대로 모모미와 하룻밤을 보내고 헤어졌겠지. 그럼 모모미가 받는 상처는 더 컸을 테니 곤돌라에서 진실이 밝혀진 건 나름 다행이지만.. 마지막 에피에서 모모미를 악녀로 만들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거짓말을 하던 고타를 보면 이 색히는 반성도 안 한 거지. 고타 때문에 상처받은..
변호사 시험날 아침, 리즈는 수면 부족과 각성제에 취한 상태로 차고에서 차를 빼다 이웃집 아이 찰리를 치고 말았다. 자신의 인생이 걸린 변호사 시험과 바닥에 쓰러져 미동도 없는 찰리. 패닉에 빠진 리즈는 911을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리즈는 아이를 안아 들었지만, 그 행위는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차고에 아이의 시신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작업대에 찰리를 눕히고 방수포로 감싼 뒤 변호사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으로 향한 리즈. 리즈가 찰리를 친 것은 어디까지나 실수였지만, 찰리의 시신을 유기한 시점부터 사건은 고의성을 띠게 된다. 이 상황에서 태연히 시험을 쳤더라면 리즈의 뻔뻔함에 기가 막혔을 텐데. 결국 리즈는 도중에 시험을 포기하고 남편 오웬에게..
숲속에 토막 난 소녀의 시신이 있다. 낙엽 더미 위에 놓인 소녀의 머리. 누군가가 소녀에게 다가왔고 소녀의 머리를 들어 올려 조심스레 가방에 넣고 소녀의 눈을 감긴다. 눈길을 잡아끄는 도입부였다. 누군가는 누구였을까. '누군가=범인' 일까. 그는 왜 소녀의 머리를 들고 갔을까. 죽은 소녀는 누구인가. 소녀가 토막살해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문점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은 이 도입부가 다였다. 충격적이게도. 2016년의 현재와 30년 전인 1986년의 이야기가 에디의 시점에서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등장인물은 많은데 그들끼리 얽힌 사건 언급에 주인공인 에디는 경찰도 탐정도 아닌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42살의 평범한 일반인이다 보니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는 속도는 느리고 추리의 재미는 느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