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화자가 어릴 때 햐쿠미 가에서 겪은 일을 어른이 된 시점에서 쓴 앞이야기와 어른이 되어 돌아간 햐쿠미 가에서 겪은 일을 쓴 뒷이야기로 나뉜다. 앞이야기에서 다섯 살인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버지와 함께 햐쿠미 가로 돌아온다.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는 햐쿠미 가에서 '나'의 유일한 말 상대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다미 할멈뿐이다. 이때 형성한 다미 할멈과의 유대감이 어른이 된 화자가 햐쿠미 가로 돌아오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자신을 핍박하던 요괴 할멈, 할머니에게 맞는 걸 미동도 않고 지켜보던 새어머니, 당집과 도도야마 산에서 겪은 무서운 기억 등등 나 같으면 햐쿠미 가가 있는 방향으로는 머리도 두지 않고 자겠구먼, 다미 할멈 한 명 때문에 스스로 그 집에 돌아간 화자는 멘탈 갑인 듯..
자신의 이웃집에 사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야 뭐.. 지금 집에 거주한 지도 오래되었고 워낙 친화력이 끝내주는 아버지 덕분에 옆집뿐 아니라 다른 층에 사는 사람들 얼굴도 알고 있지만. 한집에 사는 가족과 나누는 대화도 적은 판에 이웃집과 교류하며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노가미의 말처럼 옆집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아무도 모를지 모른다. 현대인의 고립과 단절이란 소재는 현실과도 맞물려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다카쿠라의 아내가 옆집에 아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을 때부터 슬슬 긴장됐는데 새벽에 미오가 다카쿠라의 집에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을 때 잠긴 다카쿠라의 집 자물쇠가 하나씩 돌아가던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남의 집 현관 열쇠를 어케 갖고 있는 건데 ㅠㅠ)..
미궁초자라는 동인지를 읽고 그 책에 담긴 미스터리를 해결하지 않으면 책 속의 괴현상이 현실에도 반영된다니. 같은 작가 시리즈여도 앞서 읽은 기관과 비교하면 아.. 이건 그냥 픽션이구나 싶다. 책을 펼친 이상 어떻게든 수수께끼를 해결하며 끝까지 읽어야 한다. 중간에 책을 덮는다고 괴현상이 사라진다거나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주사위를 던진 순간 현실에 홍수가 나든 코끼리가 나오든 골에 도착해야 하는 쥬만지도 아니고..) 기관 때도 미쓰다 신조가 쓰던 소설과 현실이 번갈아 나오던 것처럼 작자미상에서도 미궁초자에 실린 단편과 신이치로와 미쓰다가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현실이 번갈아 가면 진행된다. 수수께끼 풀이는 거의 신이치로의 몫이고 미쓰다는 가끔 의문을 던질 뿐(음화 속의 독살자는 미쓰다가 해결했지만..)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은 미쓰다 신조다. 이름만 따온 게 아니라 작가 본인이 등장하는 소설인거다. 일가족 참살 사건이 일어난 영국의 서양식 주택. 그 집을 일본으로 이축한 일본 학자. 그 집에서 살게 된 미쓰다 신조. 연이어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이라는 것만으로도 불길하고 섬뜩해서 그 집에서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겠는데 미쓰다 신조는 굳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서양식 주택으로 이사를 갔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그 집을 배경으로 호러소설을 쓴다. '모두 꺼리는 집'이란 제목으로 미궁초자에 연재되는 소설과 미쓰다 신조의 현실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두 이야기가 교묘하게 맞물린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집에 홀린 듯 기억에도 없는 원고를 써내려간 미쓰다 신조가 '모두 꺼리는 집'을 어떻게..
시작부터 젊은 부부 살해사건이 나온다. 범인의 이름은 야마가미 가즈야. 도주하던 범인을 순찰 중이던 경관이 목격해 몽타주도 만들어졌으나 야마가미 가즈야는 잡히지 않았고 이야기는 1년 후로 이어진다. 도주 중인 범인을 추격하는 그런 스토리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얼핏 봐도 살인사건과는 관계가 없을 듯한 사람들의 얘기만 줄줄이 이어진다. 요헤이와 아이코, 유마, 이즈미. 거기에 범인을 쫓는 형사, 네 팀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이야기마다 주변 인물이 더해지기에 초반엔 책장을 앞뒤로 넘기며 끝없이 등장하는 인물을 머릿속에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범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에 TV에서는 야마가미 가즈야의 새로운 몽타주가 공개된다. 그즈음 세 팀 앞에 다시로, 나오토, 다나카라는 남자들이..
표지와 제목에 끌려서 선택한 책이었다. 그리고 다 읽은 결과는 낚였다.. 싶음. 미스터리로 보기엔 아쉬움이 남고 라노벨이 딱이지 싶다. 정말 가볍게 한 번 후루룩 훑어보고 끝인 그런 책. 중심이 되는 네 남녀의 이름이 고지, 사야, 비이, 호우.. 국적을 알 수 없는 이름인 만큼 배경이 한국이 아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호우가 추억에 젖어 내뱉는 게임이며 음악 제목을 들을 때마다 분위기가 붕 떠버리는 느낌이다. 판타지 소설에서 난데없이 김치찌개가 등장하는 그런 기분.. 스타일리시하다고 선전하던데 이 책의 어디가 스타일리시했던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호우와 사야의 첫 만남도 그렇고 호우와 비이의 첫 만남도 그렇고.. 두 헤로인과의 만남이 둘 다 성범죄의 상황에서 호우가 구해준 거라든지 비이..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후속이 되겠다. 엄청난 사건이 펼쳐진다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트릭이 나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것도 좋지.. 싶다. 가독성은 여전히 좋은데 너무 쉽게 읽혀선가 다 읽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두어달 정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물론 줄거리를 보면 다시 생각이 나지만..) 사건보다는 시노부 선생님과 신도 형사, 혼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더 쏠린다. 제사보단 젯밥이랄까;;; 시노부 선생의 마음은 신도 쪽에 더 쏠린 듯 하여 둘이 결혼에 안착을 하느냐 마느냐가 궁금했는데 결국 신도의 프로포즈는 1년 뒤로 미루어진 채 끝나고 말았다. 더이상 뒷권이 나오지 않을 거란 말에 아쉬움이 더 커져버렸다. 사건보단 럽라 중심으로 읽었거늘 왜 어정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