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자상하고 배려심 넘치는 남자가 뒤로는 자신의 아내를 감금하고 그녀의 고통을 즐긴다고 한다면 과연 몇 사람이나 그 얘기를 믿어줄까? 특히 그 남자의 직업이 무패를 자랑하는 가정 폭력 전문 변호사라면 말이다. 아내의 다운증후군을 가진 여동생까지 책임지고 부양한다는 남자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아내에게 끊임없이 공포를 주입한다니. 그냥 얘기해도 믿어줄 리 만무하고 남자의 직업을 생각하면 더더욱 믿기 힘든 이야기인데 남자는 언제나 여자보다 한발 앞섰다. 도움을 청할 경로를 하나씩 차단하고 여자가 희망을 품을 때쯤 배로 큰 절망을 안겨주었다. 옆 방의 스페인 커플에게 필사적으로 도움을 청하던 그레이스의 앞에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이 스페인 커플이 아닌 잭이었을 땐 이 남자의 치밀한 계획에 욕이 나올 정도였..
5권의 작품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팔리고 그 작품 모두 영화나 연극이 되고 데뷔작은 교과서에 실리기도 한 베스트셀러 작가 헨리 하이든. 그런 그에게는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의 소설 중 그가 쓴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다는 것이다. 헨리 하이든의 모든 작품은 그녀의 아내인 마르타의 손끝에서 탄생했으며 헨리는 마르타의 원고를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사에 보냈고 헨리의 데뷔작이 된 프랭크 엘리스는 그의 인생을 180도로 바꿔놓게 된다. 출판사에서 실습생으로 일하던 베티의 인생까지도 말이다. 성공한 소설가(물론 그가 쓴 건 아니지만), 그를 찬양하는 팬, 사랑하는 아내 마르타와 예쁜 애인 베티까지.. 헨리의 인생은 완벽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베티의 임신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헨리의 성공한 삶은 마르타..
고로시야닷컴이란 조직 사이트에서 살인 의뢰를 낙찰받는 청부살인업자들. 제한된 시간 안에 다른 사람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 끝이니 입찰 방법도 간단하다. 단 낙찰받은 의뢰는 10엔에 낙찰되었더라도 기간 안에 해결해야 한다. 조직에 대해 발설하거나 낙찰받은 의뢰를 이행하지 못하는 배신자에게는 조직의 처벌만이 기다릴 뿐이다. 에필로그를 제외한 4개의 단편 중 3편은 각기 다른 사연으로 조직의 일을 수행하는 업자들의 이야기고 네 번째 단편에는 탐정이 등장한다. 고로시야닷컴과는 무관할 것 같은 탐정의 등장이 의아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탐정도 조직과 얽힌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되고 우로보로스처럼 네 번째 단편은 첫 번째 단편과 연결이 된다. 별개로 보였던 단편들이 하나의 큰 틀로 묶이고 각 단편에서 청부살인..
마미가 불쾌감에 쉽사리 잡지 못했던 도서관의 책과 같은 느낌을 준 작품이었다. 다 읽고 나니 온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고 불쾌해불쾌해불쾌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책을 멀리 던져버리고 물티슈로 손가락 하나하나를 닦아 내고 싶은 그런 상태. 프리섹스를 즐기던 요일별 남자 중 한 명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었고 한 달에 한 번 몸을 섞던 동창생도 죽고. 혹시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카페의 웨이터를 유혹하는 마미는 섹스에 미친 여자 같아서 불쾌함이 배가 됐었다. 거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생충 묘사까지.. 1장은 읽는 내내 고역이었는데 3장까지 다 읽고 나니 그 미친년 같았던 마미가 그나마 제일 정상인이었지 싶다. 질투심에 휩싸인 여자가 얼마나 추악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이 구..
애니로도 만들어졌고 이번엔 드라마까지 제작된다는데다 띠지엔 100만부 돌파.. 이정도면 틀림없이 재미있으리라는 기대감과 제목에 혹해서 골랐던 책인데 결과는 망했음이다. 일단 이 책의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던지는 반말에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막말에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더라. 특히 1화에서 유가족을 앞에 두고 시체가 굴러다닌다는 표현을 하는데에선 할 말을 잃었다. 캐릭터가 별로면 내용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는데 이건 내용마저도.. 추리/미스터리소설로 분류된 장르가 애석할 정도로 이렇다 할 사건도 추리 과정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뼈 덕후인 사쿠라코가 사체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현장에 갔다가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다든지(1화), 뼈를 수집하다 우연히 ..
알라딘을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이런 책도 있더라. 1부터 차례로 숫자를 이어주기만 하면 그림이 되니 신기하기도 하고 무슨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해서 어릴 때 즐겨했었다. 물론 어릴 때 했던 건 숫자도 작고 그림도 좀 더 단순했지만.. 이건 표지만 봐도 눈이 돌아갈 것 같다. 세계 불가사의, 명화, 동물, 인물, 도시 이렇게 총 5가지가 있던데 도시편은 꼭 사려고 찜해뒀었고 불가사의와 동물 중 고민하다 돌고래에 넘어가 동물편을 사기로 했다. 두 권을 따로 사나 세트로 사나 가격은 똑같기에 펜을 껴준다는 세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큰 책은 점잇기 책이고 앞에 있는 작은 책은 점잇기의 완성작이 실린 컬러링북이다. 덤으로 껴준 펜 3개는 케이스에 들어있고.. 총 4권의 책과 펜이 지퍼백에 담긴 상태로 배송되어..
작가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이자 사관장과 이어지는 책이다. 사관장이 다쓰미 미노부가 쓴 체험담이라면 백사당은 다쓰미의 원고로 인해 일어난 괴현상을 겪은 미쓰다 신조의 체험담..이라 해야 될 것 같다. 앞서 읽은 사관장에서 해결되지 못한 궁금증을 백사당에서 풀어주는데 이 책은 미스터리보단 호러에 가까운 소설이다. 여기서도 신이치로는 탐정처럼 밀실 상태인 백사당에서 다쓰미의 아버지가 사라진 방법에 대해 추리를 해주지만, 신이치로가 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가능성의 방법이지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같은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진 않는다. 뭣보다 신이치로가 추리를 시작하면 이번엔 또 무슨 말을 꺼내며 미쓰다를 범인으로 몰고갈지 위가 쑤셔올 지경.. 미쓰다가 서술하는 부분은 다쓰미의 원고와 맞물려 지금 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