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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금줄과 여우 가면을 보고 일본 신사와 관련된 미스터리물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기에 정남선의 등장에는 어라? 싶었다. 소설 속 배경은 패전 후의 일본으로 주인공인 모토로이 하야타가 일하게 된 곳은 탄광이며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되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조선인의 얘기가 나올 때는 놀랍기까지 했다. 일본인 작가가 이런 내용의 소설을 쓰다니. 다수의 한국인 독자를 의식한 건지 아니면 작가 본인이 왜곡되지 않은 역사관을 가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로 미쓰다 신조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이다(이런 소설을 쓰고 일본에서 입장이 괜찮으신가 모르겠네;;;;).

탄광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전쟁 중에 잃어버린 일본인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야타는 탄광부가 되기로 한다. 우연히 자신을 도와준 아이자토 미노루를 따라 넨네 갱에서 자발적으로 일하게 된 하야타였지만, 아무리 해도 입갱에는 익숙해지지 않으며 자꾸만 두려움이 생긴다. 그런 두려움을 다른 탄광부인 난게쓰에게 얘기했다가 그에게서 의외의 말을 듣게 된다.

갱내에서 만난 하얀 여우 가면을 쓴 미모의 여자. 사는 곳도 모르고 갱 밖에서 만날 수도 없는 '마이리'란 이름밖에 모르는 여자지만 그녀를 만나고는 채탄량도 늘고 기운이 넘친다. 그런데 그녀와 만날수록 여자의 몸에 검은 점이 생겨난다. 마이리의 몸에 새로운 점이 생기는 것에 호응하듯 난게쓰는 식욕도 잃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식당에서 다른 탄광부의 대화를 듣게 됐는데 갱내에서 산의 여신님을 만났다는 청년. 그 청년이 말한 여신님의 특징이 마이리와 닮았다. 여신님과 만남을 거듭하면서 청년은 점점 기운을 잃었고 어느 날 갑자기 갱내에서 사라져버렸다. 다른 탄광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난게쓰일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느낀 난게쓰는 탄광에서 도망쳤다. 하야타가 느끼는 두려움은 땅속에서 '그 여자'가 다음 젊은이를 찾고 있기 때문에. 그 기척을 느껴 불안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였다.

하야타의 불안은 적중한 것인지 갱에서 낙반 사고가 발생했다. 하야타는 오토리야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밖으로 나왔는데 아이자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구조반을 투입하려 해도 갱내에 가스가 유출되어 그 또한 쉽지 않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모두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 기도가 금줄에 목을 매고 죽은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이어진 기타다와 니와의 죽음. 현장은 밀실이었고 기도처럼 금줄에 목을 매고 죽은 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목격된 검은 여우신. 이것은 연쇄살인인가 검은 여우신의 저주인가. 낙반 사고 이후 일어난 연쇄 살인에 아이자토의 죽음 또한 사건이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 하야타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하는데..

개인적으로 미쓰다 신조가 그려내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약했다. 그렇다고 추리적인 면모가 강한 것도 아님. 난게쓰의 체험담이 챕터 하나를 차지했기에 '그 여자'와 연쇄살인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여자'는 그냥 맥거핀이었나보다. 끝까지 정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질 않더라. 갱도 4편에서 4명이 3편에서 3명, 2편에서 2명. '그것'이 대가라는 듯 희생자를 내며 점점 땅 위로 올라온다. 그것은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얻기 위해 땅 위로 올라오는 것일까. 갱구로 나온 '그것'의 행방을 다른 책에서라도 다뤄줬으면 좋겠네. 일단 본편에도 언급된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다음 편 메아리 살인사건이 빨리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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