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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일하는 여자 티피와 밤에 일하는 남자 리언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명색이 연애소설인데 한집에 살면서도 집을 사용하는 시간대가 달라 서로 마주치지 않는 주인공들이라니. 이래서 둘 사이에 호감이 생기고 연애 감정이 싹트겠나.. 독특한 설정에 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연인 사이로 발전할지 궁금해졌다.

티피와 리언이 포스트잇을 통해 소통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에선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생각났다. 드라마에서 기주는 태영의 메모에 답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기주의 서랍 안에 쌓여가던 태영의 메모와 리언의 집안 곳곳에 붙여지던 포스트잇은 서로를 엮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 게 아니었을까.

로맨스 소설에선 둘이 사랑만 해도 부족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선 수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 리언의 애인 케이가 그러했고 리언의 동생 문제가 그러했으며 프라이어 씨의 연인 찾기가 그러했다. 티피와 리언이 친밀해질만 하면 등장하는 티피의 전연인 저스틴은 욕설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매 순간순간 흐름을 끊어먹는 저스틴의 고구마 투척은 고역이 따로 없었다. 그 모든 것이 리언의 본질을, 티피가 어떻게 저스틴의 통제에서 벗어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겠지만 늘어나는 페이지는 달갑지 않더라.

사실 난 주연 이외의 등장인물이 많은 작품을 싫어하는 편이다. 특히 작가가 모든 서브 캐릭터의 비중을 살려주려고 들면 더더욱.. 중심이 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자꾸 끊기는 듯해서 몰입도도 떨어지고..

설정이 독특했던 만큼 티피와 리언의 첫 대면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기대감도 컸는데 겨우 욕실이라니.. 순정 장르 좀 읽었다 하면 빈번하게 나오는 것이 바로 전라, 혹은 반라의 욕실 대면신 아니던가. 이렇게 만나려고 리언은 병원에서 티피를 피해 그렇게 도망을 다녔나 보다. 클리셰적인 첫 만남 이후로의 진행은 여타 로맨스 소설과 다를 바 없었다. 저스틴의 스토킹과 가스라이팅을 제외한다면?

티피가 저스틴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는 오해도 풀리고 리언과 티피가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분명 로맨틱함의 정점을 찍는 장면일 텐데. 하수관을 타고 오르는 리언의 행동은 이해 불가. 멀쩡한 계단 놔두고 왜 벽을 기어올라가?;;;;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설렘 가득해야 할 장면에서 혹시 저러다 리언이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 현실적인 걱정부터 드는 걸 보니 내 연애 세포는 사멸한 게 분명하다.

일반적인 로맨스(할리퀸) 소설과는 다르게 5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과 중간중간 사이드로 빠지는 이야기만 버텨낼 수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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