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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코노하라 나리세

그림 : 카네 히카루

 타니와키가 근무하는 병원에 응급환자가 실려온다.

부상을 당한 소년 유우야의 가녀린 얼굴에 격렬하게 동요된 타니와키는 옛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는 유우야에게 거절 당하고….

목차

POLLINATION / NEED




독자야 책을 읽다 혈압 상승, 뒷목 잡고 '난, 이 교제 반댈세!'를 외쳐도 둘이 좋다면야.. 그것도 나름 해피엔딩이겠지만, 타니와키는 정말 맘에 안 든다. 코노하라 나리세의 작품을 싸그리 모아놓고 봐도 제일 맘에 안 드는 게 타니와키였기에 폴리네이션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이 미친놈 지치지도 않고 또 시작이네.. 였을 뿐.

나름 해피엔딩을 추구하던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플라워에선 마츠모토를 죽여버렸다. 마츠모토가 곁에 있을 때는 그에게 할 짓 못할 짓 다 저질러놓고 정작 마츠모토가 죽어서 더는 자신의 곁에 존재하질 않으니 그제야 자신의 사랑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던 타니와키. 대체 이 얘기의 어디에 나름 해피엔딩이 숨어있는 걸까 고민 참 많이 했다. 설마 마츠모토는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숨을 거뒀고 타니와키가 뒤늦게 마츠모토를 향한 사랑을 깨달았으니 마츠모토 입장에선 나름 해피엔딩.. 이딴 건 아니겠지. -_-;;;;

어쨌든 죽은 사람은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법. 타니와키가 행복해지려면 결국 이놈에게 새로운 짝이 필요하다는 거다.(플라워를 읽으면서 타니와키따위 지옥 끝까지 불행해지면 좋겠다고 바랬건만..)

남녀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과 놀아난 타니와키는 장난감 중 하나로 생각했던 마츠모토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고 그가 존재하지 않게 되고서야 우습게도 다른 사람에게서 마츠모토의 흔적을 찾는다. 그런 타니와키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유우야였다.

칼에 찔린 상처를 입고 구급차로 실려온 유우야. 미덥지 못하고 어딘가 허무해 보이는 유우야의 얼굴에서 타니와키는 마츠모토의 얼굴을 겹쳐봤다. 게다가 유우야가 입원한 병실은 마츠모토가 숨을 거두었던 그 병실. 존재하지 않는 마츠모토를 유우야에게 겹쳐 보고 마츠모토의 이름을 부르며 유우야를 안던 타니와키가 안타까웠다. 물론 전체적인 과정은 어떻게 포장을 해주려 해도 전혀 아름답지 않았고, 타니와키 이놈은 죽여도 시원찮을 놈.. 이란 걸 다시 한번 실감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그토록 자기중심적이던 타니와키가 선택한 게 물심부름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 자폐증 환자라는 것도 타니와키가 꽤 헌신적으로 유우야를 보살폈던 것도 의외라면 의외였지만, 그 밑바탕에는 마츠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란 생각에 결국 플라워는 폴리네이션을 위한.. 마츠모토는 유우야를 선택하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했던 건가 싶어 씁쓸해졌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졌다.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마에는 땀이 배어 나오고 손가락은 뜨겁다. 입술도 붉다. 이마도, 눈도 붉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움직인다. 부르면 반응이 있다.


"이건, 뭐지?"


남자의 얼굴에 손을 댔다.


"나의, 뭐지?"


한 사람의 수컷이다. 부모도 형제도 친척도 아니다. 친구도 연인도 아니다. 보호자라는 이름이 붙는 가정부인 수컷이다.

열이 있는 손가락이 다가와 귓불을 쓰다듬고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타니와키의 눈은 웃고 있지도, 화내고 있지도 않았다. 머리가 끌어당겨져, 입술이 젖었다.

가슴속이 따끔따끔했다. 그 따끔함은 조금씩 파도가 된다. 커다란 파도가 된다. 그 파도에 감정이 실려서 마치 제트 코스터처럼 아래 위로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혼란이 생겨난다.


"괴로워."


말이 먼저 나왔다. 이것은 괴롭다. 무척 괴롭다. 이런 감정은 괴롭다. 타니와키를 처음 괴롭다고 생각했을 때의「마음」이 돌아왔다. 잊고 있었던 마음이 돌아왔다. 그 때는 괴로운 것이 싫어서 버렸다.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괴로움」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만 둘까?"


괴로운 것을 그만두면 편해진다. 그만 둘 수 있다면 그만 두고 싶다. 괴로운 일 따위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알고 싶다. 알고 싶다. 알고 싶다. 사람을 알고 싶다. 이 수컷을 알고 싶다.


"배려는, 무엇입니까?"


타니와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상함은 무엇입니까?"


입술이 웃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사랑은, 무엇입니까?"


"알고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싶다. 타니와키를, 알고 싶다.


"알고 싶으면 내 곁에 있으면 돼."


곁에 있으면 이 남자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사람을 이해한다는 추상적인 관념을 알 수 있을까. 어떻게, 어째서.

다시 한 번 끌어당겨져 입술이 겹쳐졌다. 뜨거운 혀가 입술을 가르고 입 안으로 들어왔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계속 참아왔던 그 행위에 마음 속이 아주 조금 따뜻해졌다. 그 감각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얼굴을 묻은 목덜미에서는 타니와키의 냄새가 났다.

뜨거운 남자의 몸에 몸을 겹치고, 유우야는 힘껏 몸을 웅크렸다.


유우야의 관점에서 쓰인 NEED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 처음과는 다르게 유우야가 아주 조금은 성장했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마츠모토를 생각하면 유우야에게 있어서 타니와키는 계획에 포함된 것 그 이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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