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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나기라 유우

그림 : 이시하라 사토루

 건전치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노우에 카즈야는, 어느 날 연모하던 나리타 나츠키와 재회한다.
그는 5년 전, 경멸과 혐오의 시선을 보낸 후 카즈야의 앞에서 돌연 모습을 감춘 남자였다. 나츠키는 빚을 진 약혼자의 여동생이 유흥업소에서 일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몸 바쳐 구하러 온 것이다.
억제 못할 조바심을 느낀 카즈야는 빚을 처리해주는 대신 나츠키에게 몸을 요구한다. 기한부 관계라도 좋다. 마음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나츠키를 원한다─고.

목차

낙화유수 / 엽서




연상수, 연하공의 조합은 상당히 좋아하는 설정인데도 불구, 이건 뭐.. 딱히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닌데 엄청난 흥미를 느낄 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카즈야가 야쿠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전한 일반 시민도 아닌 어설픈 양아치인 것처럼 이 책도 딱 거기까지.

여태 읽었던 만화와 소설을 통틀어 비교를 해봐도 카즈야같은 공은 처음이었다. 대개 능력 밖의 일을 본인이 처리하겠답시고 오지랖 넓게 나서 문제를 크게 만드는 것은 수의 일들이었는데 여기선 공이 그러고 있으니;;; 처음부터 모든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수와 관련된 일 한정으로 숨겨졌던 능력을 발휘하던 여타 공들을 생각해보면 카즈야 얘는 대체 뭔가.. 싶을 정도다.

게다가 모든 일을 시작했던 이유가 자신의 힘으로 빚을 상쇄하고 나면 기뻐할 나츠키를 보기 위해서라니.. 이건 뭔가 아니잖아;;; orz (물론 니시다에게서 나츠키를 지킨다는 명목도 포함되겠지만..)


아파트보증인을 부탁했던 이래로, 카즈야는 어머니에게 줄곧 송금을 지속하고 있었다.

매월 돈이 입금되면 어머니는 감사전화를 건다. 입금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마도 그 용건일 것이다.

받지 않으려다가 왠지 모르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카즈야?' 하고 어머니가 불렀다.

처음의 한 마디도 그 뒤로 이어질 말도 정해져 있다. 매월 돈을 보내주니 고맙다, 건강하게 지내고 있느냐, 요즘엔 뭘 하고 지내느냐, 몸조심해라, 그런 식으로 대화는 끝이 난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저기, 이런 부탁하기 염치없지만.』


"뭔데?"


『10만엔쯤 어떻게 안 되겠니?』


약간 뜸을 들이고 나서 왜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랑 헤어진 부인한테서 딸이 이번에 결혼한다는 연락이 왔어. 식에는 초대받지 않았지만 역시 진짜 딸이니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모양이라….』


속으로 알게 뭐냐고 내뱉었다. 하지만 입은 다른 말을 자아내고 있었다.


"…다음 달밖에 못 줘."


돌려서 말한 승낙에, 어머니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카즈야는 그에 답하지 않고 통화를 끊었다.

완전히 지친 기분으로 주문해 나온 커피를 바라보았다.

싸구려 컵 속에서 검은 액체가 조명 빛을 반사하고 있다.

마음이 약해져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조금 듣고 싶었다. 원했던 건 그것뿐이었는데 꽤나 비싸게 친 것 같다.


일도 안 하고 어머니의 집에 눌러살 뿐인 남자의 알지도 못하는 딸을 위해서 돈을 더 보내달라는 어머니나 그 어머니에게 차마 모진 소리 한 마디 못하고 돈을 보내주겠다는 카즈야나.. (그전에.. 친딸에게 뭔갈 해주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돈을 벌어서 해줘야지 결국은 남 등쳐먹은 돈을 자기 딸에게 주겠다니 이 아저씨는 또 무슨 마인드냐;;;;) 카즈야처럼 물러터진 공은 처음이라 읽는 내내 뭐 이런 공이 다 있나 싶은 생각뿐..

나츠키는 좋게 말하면 순수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숙하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호스트 클럽에서 진 빚은 몸을 팔아서라도 갚으라며 여자를 끌고 갔던 야쿠자가 4백만 엔이란 빚을 겨우 4만 엔으로 달마다 변제해줄리가 없는 건데.. 카즈야가 사이에서 뭔가 중재를 해준 거라고 생각하고 매달 4만 엔 변제를 믿은 거라면 애도 정말 답이 없는 거다. -_-

애초에 빚을 졌던 여자도 나츠키의 약혼녀의 동생인 건데.. 그 약혼마저 사실은 진짜가 아닌 계약에 의한 약혼이었으니 그 빚을 나츠키가.. 하물며 카즈야가 갚을 이유따윈 눈곱만큼도 없는 거 아닌가. 나츠키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고 니시다가 요구한 매달 30만 엔을 갚기 위해 결국 위험한 거래에까지 발을 담근 카즈야는 이해도 안 되고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보고 있으면 답답 터지는 둘이었지만 나름 찌질하진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뭐, 여기서 찌질함까지 포함됐으면 읽다가 포기했겠지만.. =_=




+) 


─헤어지면 우연인 척 주우러 가줘야지.

그때는 이번에야말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꽁꽁 묶어서 잡아놓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파국의 조짐조차 없이 2년이 흘러, 매달 조사보고서에 첨부되는 둘의 사진은 늘 활짝 웃는 얼굴로 물들어 있었다.

예상이 빗나갔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니시다 그 자식, 행방불명이라며?"


사키가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남자의 얘기는 조금도 흥미를 끌지 못했다.

들리지 않는 척하자, 사키는 창문으로 내리쬐는 햇빛에 그림엽서를 비추어보며 말했다.


"오빠가 죽인 거지? 카즈야를 위해서."


쿠죠는 사키를 힐끗 보았다.


"모르는 일이야. 행방불명이잖아?"


아무 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답하자 '거짓말쟁이' 하고 되받아 쳤다.



- 중략 -



"오빠, 사실은 카즈야한테 진심이었던 거 아냐?"


짧은 침묵을 두고, 쿠죠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게 보여?"


되묻자, 사키는 인상을 썼다.


"안 보여. 하지만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어. 오빠의 행복을 위해서."


놀리던 것에서 일변한 사키는 조용하게 말했다.

여자는 느닷없이 감상적으로 변하니까 곤란하다.

쿠죠는 사탕을 입에 집어넣고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얹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쿠죠를 진심으로 만드는 건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그게 손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대신에 카즈야를 귀여워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혹시 카즈야가 행방불명된 연인이었다면, 2년 전 나츠키를 죽여서라도 카즈야를 자신의 걸로 만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원망해도, 거부해도, 상관없다.

원하는 것은 손에 넣는다.

몇 년이 걸려도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은 접시에 올린 요한의 잘린 목과 그에 입 맞추는 살로메를 떠올리며, 쿠죠는 유쾌한 기분이 되었다.

 


카즈야가 자신의 행방불명된 애인과 닮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청난 온정(..)을 베풀어준 쿠죠.. 다음번엔 쿠죠를 메인으로 한 얘기를 쓸 예정이라던데 사실 낙화유수를 끝까지 읽게 해준 일등 공신은 쿠죠였기에 이 사람이 메인이 되는 이야기.. 겁내 기다려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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