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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더 강하게 든다.

생활이 어려워서 기초수급 신청만이 살길이지만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난관의 연속이다. 있는 것을 증명하기는 쉽지만 없는 것은 대체 어떤 수로 증명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깐깐한 기준으로 서류 심사를 통과시킴에도 부정수급자가 발생하는 것도 난센스다.

통장의 잔고는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반찬이 없어 맨밥에 조미료를 뿌려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그마저도 금세 동나버렸다. 굶주림을 참기 위해 케이 할머니는 길에서 나눠준 휴지를 씹어 삼킨다. 전기와 가스가 끊기고 수도가 끊기는 것도 시간문제다. 굶주림과 갈증. 어느 쪽이 더 괴로울까.

돌보지 않는 집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집안에서는 시큼 달달한 가난의 냄새. 죽어가는 사람이 풍기는 냄새가 난다. 가난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모습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읽기가 힘들었다.

세 차례의 신청을 기각당한 케이 할머니는 아사했고 할머니의 위에는 휴지만 있었다 한다. 서류를 심사했던 공무원 중 단 한 명만이라도 케이 할머니의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할머니가 아사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그래서 복수를 하는 거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게 방치해서 케이 할머니가 서서히 죽어갔던 것처럼 그렇게 죽어가도록.

사실 범인은 도네인 쪽이 납득하기 수월했을 거다. 담당이었던 미쿠모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며 케이 할머니의 신청서를 기각하는지를 봤고 공무원을 폭행하고 방화를 한 죄로 8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으니. 도네의 행동이 옳은 건 아니지만 그의 분노는 이해가 됐다. 그러나 작가의 패턴을 보건대 도네가 범인일 리는 없음.

다른 범인은 도네만큼의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일단 현장에도 없었던 그가 서류 접수를 거부한 공무원이 누군지는 어떻게 알았으며 케이 할머니가 기초수급 신청을 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단 말인지.

담당 공무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도네가 수감되어 있을 때 일어난 것도 아니고 출소 후 발생했는데 도네는 어떻게 범죄가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모범수가 되어 출소했는지도 의문이다. 끝까지 도네를 범인으로 몰기 위한 꼼수였겠지만, 도네가 추적한 사람이 범인이 아닌 3번째 타깃이라는 점도 다소 억지스러웠다.

범인이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타깃에 접근하고 어떤 방식으로 방치된 건물로 옮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도 아쉽다. 범인은 언제나 범인인 듯 보였던 사람의 주변 인물이란 정형화된 틀은 아쉽지만, 개구리 남자처럼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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