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the 보다/m

유전(Hereditary)

카엔 2018. 6. 12. 23:41
반응형

 

 

 

 

엘렌의 장례식에서 애니가 읽은 추모사, 찰리의 알레르기, 엘렌의 목걸이 문양, 애니가 모임에 참석해서 털어놓은 가족사, 엘렌이 찰리에게 네가 남자애였으면 좋았을 거라 했다는 소소한 내용 등등 전반의 모든 것이 후반을 위해 촘촘히 깔린 떡밥이었다.

애니가 조안에게 분신사바(..) 기술을 전수받고부터 영화의 분위기는 급반전되며 그동안 뿌려놨던 떡밥이 회수되는데 떡밥 회수 능력 또한 수준급이다. 다만 영화 자체가 그다지 친절한 편은 아닌지라 분위기는 내내 음습하지만, 진행이 다소 느릿했던 초반에 지루함을 느끼고 딴짓을 했다면 본격적으로 떡밥이 회수되는 후반에선 대체 이게 뭔가 싶고 내용을 이해 못 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애니가 털어놨던 가족사에서 아버지. 즉, 엘렌의 남편은 우울증으로 아사하고 오빠는 조현병에 목을 매달아서 자살. 엘렌은 해리성 인격장애에 애니는 몽유병.. 영화 제목도 유전이겠다.. 정신병 가족력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줄 알았기에 강령술은 정말 뭔가 싶긴 했지만..(애니가 미니어처를 너무 정교하게 만들어서 거기서도 무슨 사건 터지는 줄 알았거늘..)

애니가 찰리의 노트를 불태우는 데 성공하고 넓디넓은 집에 피터와 애니 둘만 남았을 때, 잠에서 깨어난 피터의 등 뒤로 벽을 타고 지나가는 애니라든지 거실에서 클로즈업된 피터의 너머로 천장에 붙어 있는 애니의 모습은 스치듯 흐릿하게 보여주기에 내가 뭘 잘못 봤나 싶은 생각에 더 오싹했다(벽도 달려 천장에도 붙어.. 닌자세요? 실소 터진 건 안 비밀).

피터가 애니를 피해 다락방으로 도망치고(얜 왜 하필 거기로 도망가;;;) 다락방 입구에 달라붙은 애니가 문에 미친 듯 머리를 박을 때까지도 흐름은 참 좋았는데.. 막판에 공중부양으로 오두막 들어가면서부터가.. 음.. 결말이 참..

갑툭튀 부류의 호러물은 그 순간만 깜짝 놀랄 뿐, 영화가 끝나면 그걸로 땡인지라 그런 식의 호러물보단 이렇게 다 보고 난 다음에도 장면을 곱씹게 만들고 찝찝함을 안겨주는 게 좀 더 내 취향엔 맞는 듯하다.

(번역가의 결계짤에 '욕 나오게 무섭다'와 '무섭지 않은 장면이 단 1분도 없다'던 문구가 열일했다. 결국 문구에 제대로 낚여 보고왔으니 =_=)

감독판이 있다던데.. 감독판이 좀 더 친절할 것 같아서 볼 수 있다면 보고 싶다. 개봉은 안 해줄 것 같지만..

 

 

 

반응형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