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읽다/N_n

[김재희] 섬, 짓하다

카엔 2018. 6. 21. 19:57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주간파 게시판에서 비방을 받은 하나리. 그녀가 누군가에게 살해됐고 게시판에서 하나리를 주도적으로 비방했던 준희는 용의자로 검거된다. 박민철 형사는 준희가 범인이 확실하다며 성호에게 자백을 받아낼 것을 원하지만, 성호가 보기에 준희는 결코 범인이 아니다. 다른 진범이 있을 거라는 성호와 준희가 범인이 맞는다면서 성호의 의견에 대립하던 박 형사. 그리고 성호의 심문 후 자살을 시도한 준희.

성호가 준희를 심문하면서 애를 그렇게까지 궁지에 몰아넣은 것 같지도 않은데(준희가 궁지에 몰렸다면 그건 박민철 형사의 강압 때문이 아닐까.) 준희는 자살을 기도했고, 성호는 그 일로 주간파 사건에서 손을 떼고 여성 연쇄실종사건 수사를 돕기 위해 삼보섬으로 가게 된다.

성호의 삼보섬 전출을 위해 준희는 자살을 시도한 것 같고, 필적 감정을 국과수가 아닌 민속박물관에 의뢰한 것도 도윤이라는 캐릭터를 성호에게 붙여주기 위함 같다. 성호의 유능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삼보섬의 수사 상황은 초동수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엉망이며 (실종자의 핸드폰이 집에 놓여 있었단 이유로 핸드폰 기록 확인도 안 해.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고..) CCTV마저 친절하게 몇 개월 전 기록이 남아있다니. 이렇게까지 주인공을 위해 돗자리를 깔아주는 소설도 없을 거다.

프로파일링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룰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고 이야기 자체가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범인의 의도대로 성호가 삼보섬에 가게 된 걸 보면 경찰 쪽에 범인의 협력자가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범인도 예상 못 한 사람이 아니고 삼보섬에서 성호가 꾼 초등학교 시절의 꿈을 통해 성호의 과거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던 성호의 과거보다 헤어진 여자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그녀를 죽이기 위해 춘천에 갔던 성호의 행적이 더 충격적이었다. 과거의 기억을 잃었어도 결국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건가.

삼보섬과 주간파 사건 해결 후에 준희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며 성호는 가해자도 자신의 과오에 힘들어하고 자책하는 날이 올 거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을 듣고 준희의 표정이 밝아진 게 어이없음. 성호 본인부터가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폭로로 인해 자신의 과거가 들통나는 것, 그로 인해 프로파일러로 이름을 알린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만이 두려웠던 거 아닌가(성호가 범인의 '난 죗값을 치를거야. 하지만 너는?' 이라는 말에 무릎을 꿇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성호가 제대로 반성했음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데 괴롭고 힘들어한다는 가해자의 말은 빈말로만 여겨질 뿐이다. 내용도 결말도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시리즈물의 시작이니 다음 이야기는 조금 괜찮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