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보다/m

퍼니 게임(Funny Games)

카엔 2015. 10. 18. 11:30

 


퍼니게임 (1997)

Funny Games 
6.8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수잔네 로타, 울리히 뮈헤, 아노 프리치, 프랑크 기어링, 스테판 클라프친스키
정보
스릴러, 공포 | 오스트리아 | 103 분 | 1997-11-15

 

 

 

 

보는 내내 불쾌하고 불편하고 암 걸리는 줄 알았다. 아침부터 이런 영화를 보다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미쳤지 =_= 하루가 불쾌함으로 시작되어 버렸다.

이웃 별장에서 왔다는 피터가 달걀을 빌리러 와서 양손에 4개를 살폿 담아갈 때만 해도 그래서 문은 어떻게 열려나 싶은 생각뿐이었고 문 앞에서 달걀을 깼을 땐 그럴 줄 알았다 싶은 마음뿐이었다. 달걀은 12개짜리 아니었냐며 당당하게 달걀 4개를 더 요구하고 안나의 핸드폰을 물에 빠뜨려 고장 냈을 때부터 불쾌함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미친 듯 짖어대는 개 소리에 주방에서 나가보니 집 안에는 피터 말고도 폴이란 청년 한 명이 더 늘어났으며 이 두 청년은 주인이 나가달라 말을 해도 개무시. 오히려 자기들이 뭔가 불쾌하게 만들었냐며 꼬투리를 잡고 늘어진다. 바로 그 점이 불쾌한 거라고 이색히들아. 주인이 나가라는데 뭔 토를 달고 있어.

개가 달려들어 달걀 4개를 또 깨먹었다며 4개를 더 달라는 요구를 하는 폴. 달걀 못 먹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어있나 그넘의 달걀 달걀 거릴 때마다 짜증이 급상승한다. 주절주절 떠들어대는 입에다 달걀 처넣고 싶더라. 집의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게오르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땐 안나와 두 청년 사이에 신경전이 오가는 중이었다. 게오르그가 이유를 물어도 안나는 묵묵부답. 저들에게 주라며 달걀을 팩째로 들고나와 게오르그에게 넘기는데 게오르그는 주라는 달걀은 안 주고 폴의 뺨을 때리게 되고 폴은 답례로 골프채를 들어 게오르그의 다리를 부러뜨린다. 그리고 시작된 게임.

어떤 장르의 어떤 영화여도 관객은 관객일 뿐. 관객은 방관자가 되어 지켜볼 뿐이지 직접 영화의 전개에 끼어들진 않는 법이다. 스크린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디까지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 스크린 안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나든 범인이 협박하든 신경 쓰이는 일없이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좀 달랐다. 여태까지 그래 왔듯 영화를 보는 동안은 방관자가 되어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는데 폴이 스크린 너머로 시선을 맞춰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말까지 건다. 방관자였던 나를 가해자의 입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가해자가 됐다고 해서 나에게 선택이 가능한 건 아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스크린 너머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내가 끼어들고 싶어도 끼어들 방법은 없다. 그들의 범죄에 동참해 가해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영화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결과가 궁금했다. 낯선 청년들의 게임에서 가족들이 살아남을 것인지.. 그리고 다른 영화들이 그렇듯이 청년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시작할 수 있을지. 궁금증 해결을 위해 난 방관자이자 가해자가 되어 그들의 악랄한 게임을 끝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지켜보게 된 시점에서 그들의 범죄 행위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게 된 것이다.

기대했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결말을 바라고 끝까지 본 게 아니었거늘.

영어 버전 제작을 위해 퍼니 게임 미국판이 만들어졌던데 배우들만 바뀌었을 뿐 스토리 전개는 똑같을 것이라 예상되는바.. 이런 불쾌한 영화는 한 번 보면 충분하지 두 번 볼 자신은 없기에 미국판은 과감히 패스하기로 한다. 노크노크 보려다 왜 이쪽으로 튀었는지..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할 듯..